인문학도들은 무엇을 찾고 있기에 인문학을 택했나

올해 고등학교 수능 모의고사에서 사상 처음으로 이과 응시생 수가 문과 응시생 수를 추월했다는 어느 저녁 뉴스는 오늘 이 기록에 아무런 힘도 쓰지 못했다. 취업률, 채용 인원, 월 평균 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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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음에 대해서 종종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죽음에 대해서 누군가와 얘기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다 GQ 매거진에 실린 한림대학교 생명교육융합학과 대학원(생사학 연구소) 양준석님의 인터뷰를 접하게 되었다.

 

  한림대학교 생명교육융합학과는 죽음에 대해서 공부하는 우리나라 최초이자 현재까지 유일한 학교라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학과명에 '죽을 사' 자가 들어가는 것을 교육부에서 받아주지 않아 '생명교육', 그리고 죽음을 다루려면

  철학, 종교학, 심리학 등 여러 학문이 어우러져야 하니 '융합학' , 이를 합쳐서 학과명을 지었다고 한다.

 

  그럼 어떤 것을 배울까?

 

  우선 생사학(삶과 죽음에 관해서 다루는 학문)에 관련된 여러 고전을 살피고 생사관(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삶과 죽음의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대응하느냐 하는 태도나 사상)에 대해 공부한다.

  또한 임종기를 잘 마무리 할 수 있게 도와주는 호스피스나 남아 있는 가족이 새롭게 출발 할 수 있게끔 하는 애도와 관련된

  주제, 사망과 관련된 법도 다룬다.  즉, 죽음과 관련된 이야기, 죽어가는 과정에서 우리가 해야 할 것들, 그리고 사별 이후에   

  남은 사람들이 어떻게 해야 하고 그들을 어떻게 상담할 것인지에 대해 배운다.

 

  공부를 함으로써 '죽음'을 피하고 싶은 대상이 아닌 내가 먼저 나아가서 죽음을 맞이해야 겠다는 마음이 생긴다고.

  회생 가능성이 없는 환자가 산소 호흡기로 숨을 불어넣으면 몇 십년을 살려둘 수 있다고 하는데 과연 그렇게 살고 싶은가?

  우리나라에서는 존엄사(인간으로서 지녀야 할 최소한의 품위를 지키면서 죽을 수 있게 하는 행위)를 시행중이다. 

  회생 가능성이 없는 환자가 더 이상 연명 치료를 받지 않을 수 있게 죽음을 선택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환자 자신이 사전에

  관련 서류를 내거나 가족의 동의를 받을 경우 가능하다고 한다. 

 

  이런 것들을 준비할 시간이 생기고, 죽고 나면 남는 것(유산, 화장을 매장을 할지 등)에 대해서 미리 정리 해 두는 시간 또한   

  생긴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것들을 생각하는 것이 쉽지 않은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스스로 죽음에 대해 하고있는 준비가 있나?' 라는 질문에 양준석님의 대답이 참 마음에 와 닿았다.

 

 

 여행하다 적당한 데가 있으면 그곳 병원에서 마무리 하고 싶다.
그리고 여행을 가기전에는 생전 장례식이라고 해서 생일 파티 하듯 미리 사람들을 초대해 나 죽었을 때
부조하지 말고 지금해라 해서 그 돈 가지고 여행하겠다. 죽은 후에 와서 해주는 위로도 좋지만 실제로 본인이
위로 받고 싶은 것도 있지 않나. 내 죽음에 대해서.



  이렇게 준비 할 수 있는 시간이 있으면 감사하겠지만 사실 갑작스러운 죽음, 일방적인 죽음을 맞이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대처는?

 

  지금, 여기, 이 순간에 내가 할 수 있는 걸 최대한 하는 것이다.

  우리가 주로 가진 인생관은 '내일'이다.

  '내일 할 거야, 다음에 할 거야.' 가 아닌 오늘,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양준석님은 사람들이 자신이 어떤 문양으로 그려지기를 바라는지 고민해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사람이 죽으면 결국 남는

  것은 그 사람에 대한 기억이다. 그 기억이 어떠하면 좋겠는지를 본인이 생각하고 살아야 그와 비슷한 무늬가 남는다고.

  내 삶은 죽었지만 그 무늬로 사람들에게 기억된다면, 어떻게 보면 또 살아 있는 것이지 아니겠냐고.

 

  나는 어떤 무늬를 남기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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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엄사 vs 안락사

  존엄사는 사망이 임박한 환자가 무의미한 연명치료(치료로도 회생, 회복 불가능)를 중단하는 것으로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가
  스스로 존엄한 죽음을 맞이하는 방법이고 안락사는 고통받는 환자를 위해 약물 투여로 인위적으로 생명을 종결시키는 행위를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존엄사만 허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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